지난 6월 15일 주문한 미쉐린 유럽지도가 왔다.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안 오면, 택배아저씨한테 전화도 하고, 어디까지 배송됐는지 추적도 해볼만큼 조바심을 많이 내곤한다.
하지만, 이건 얘기가 다르다.
내가 오더를 내리면, 미국의 어느 주에선가, 금발머리의 주근깨난 낸시가 주문한 책을 박스에 넣고, 책이 상하지않게 고정도 시킨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와 조금도 다를 것 없다.
하지만, 그 여직원의 손에서 운송하는 갈색머리의 릭에게로..
거기서 또 가까운 공항의 화물담당인 스페니쉬계의 페드로에게로..
그때가 약 6월 21일쯤 되었을것이다..
그 후, 미국의 어느 주를 떠나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화물담당 문선택씨에게 전달된다.
거기서 또 서울의 중앙우체국으로 오기까지 화물트럭을 모는 박씨아저씨의 손을 거친다.
우체국의 미국우편물담당인 외국어가 유창한 숙연씨의 손을 거쳐, 내가 일하는 이곳으로의 우편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강서구 소포 담당인 채민영 배달원을 통해 우리 우편실로 배달되었으리라.
아무 생각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던 나는, 저쪽에서..
"XXX씨, 찾는 전화왔는데요~ 무슨 우편물이 왔다고.."
얼굴 가득 희색이 만면한 나는,
"아, 무슨 소포인지 알 것 같아요, 저 금방 간다고 전해주세요"
그러면서 5층에서 1층 안내실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5층 계단을 한걸음에 다시 올라왔다.
11시 40분에 시계를 보고 내려가면서, 점심을 먹고 오면서 찾을까? 시간이 어중간하네..
이렇게 내려갔지만, 얼마나 기다리던 책이었는지, 다시 사무실로 와 시계를 보니..
11시 45분이 채 못 되었다..
햐, 이건 거의 기록이다.
학교 때 100미터 달리기 최고기록이 23초였던 나에게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V
자동차여행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미쉐린지도책..
미쉐린 하면 링을 겹겹이 낀 사람 모양의 타이어 선전이 생각날것이다..
역시 이 지도책의 맨 위에도 그 마스코트가 그려져있다..
이 지도책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정확함에 놀라며..
미쉐린 타이어만 봐도 막 고마움에 눈물을 흘릴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지도를 펴보았다..
우리나라 지도책을 열면, 광주, 대구, 강릉 뭐 이런것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근데 이 지도를 펴보니..
브뤼헤가 떡하니 지도 중간에 큰 글씨로 되있다.. 허참 거 신기하네..
또 다른 페이지를 펼쳐보니 바젤이 있고, 프라하가 있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스탄불도 있다..
이거, 벌써 유럽을 일주하고 있는 기분이 마구마구 밀려와주고~
기분이 매우 업되고있다..
주변에 회사 동료들도 하나 둘 와서, 이게 뭐야?
그 지도에서 우리나라도 찾아보라고 신기해서 난리다..
그럼 난 고개를 빳빳이 들며..
"아이 참, 이건 유럽 지도라구요~ 그러니 당연히 한국은 없죠~"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ㅋㅋ 자기도 생전 처음 보면서..
지도의 뒷페이지쪽을 보면..
도시가 알파벳순으로 소팅되어있고, 그 옆에 페이지가 쓰여있다.
그래서 해당 페이지로 가보면, 해당 도시가 가운데에 있고..
그 다음부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책 페이지의 끝에 다음으로 이어질 지도의 페이지가 화살표로 그려져있다.
내가 이 지도를 좌표삼아, 이 길들을 달릴 날들이 이제 얼마남지않았다.
또 한 걸음, 유럽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여정의 시작점에 한 반 정도 다가간 것 같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직 영어공부도 많이 못 했고, 세부일정도 못 세웠고..
아는만큼 보인다고..
많이 공부해야 하는데, 자꾸 마음만 앞서고 진도를 못 나가겠다..
근데, 한편으론 또 이럴 땐 그냥 마음 가는대로 놔둬도 될 것 같다..
전부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너무 스스로를 강제하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에~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하지만 미쉐린지도 덕에 즐겁기도 한 하루였다..
이제 부엉이 그만하고, 얼른 자야겠다..
오늘 저녁엔 밤새 나의 여행파트너 푸조를 타고..
남부 프랑스의 어느 와인가도를 한가로이 달리고 있는 꿈을 꿀 것만 같다..
내 사랑하는 이와 손을 맞잡은 채, 눈을 마주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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