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s & Jazz·R&B·Soul

[스크랩] 재즈에 대하여 8. - 재즈, 한번 간 길은 다시 가지 않는다.

mistyblue 2012. 3. 29. 21:35

 

 

                          재즈, 한 번 간 길은 다시 가지 않는다.

 

 

스스로 찾고자 하는 이에게만 자신의 매력을, 마치 옷자락 살짝 들어올리듯 아쉽게 보여주는 음악 재즈...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중독성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그 역설의 미학을 만난다.  

재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와 마찬가지로, 주로 20·30대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새로운 음악적 패러다임에 대한 갈구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재즈는 이미 100년의 역사를 지닌 서양 문화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새로움을 안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듯 재즈는 언제나 가까운 듯 멀게만 느껴진다.

재즈처럼 그 매력과 특성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음악이 또 있을까.

재즈는 첫눈에 빠져 정신 차릴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타오르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문득 깨닫게 되는 그것처럼 깊고 넓고 복합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재즈를 듣는다는 것은...

재즈가 멀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애초 우리 문화 속에 재즈가 온전히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재즈는, 그러나 1970년대가 지나도록 클래식이나 팝 음악처럼

대중을 위한 음악으로 재정립되지 못한 채 부유를 거듭했다. 지금도 서울, 대구, 인천, 부산 등지에 재즈를

듣는 이들이 더 많은 이유는 그곳이 미군 주둔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 중심의 문화 편중 현상도 한 몫 했겠지만, 적어도 재즈가 ‘우리의’ 음악이 아닌 ‘그들의’ 음악인

시절이 훨씬 더 길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1970년대 후반 들어 음악인들 사이에 새롭게

부각된 재즈의 중요성은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공연문화나 연주생활에 있어 나름의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재즈를 흔히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생각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그 대중성이란 극히 일부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중적으로 널리 회자될 수 있는 스타일의 재즈는 전체의 10~20%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재즈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가 10이라면 1년 뒤에는 3으로 줄고,

다시 1년 뒤에는 채 1도 못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까스로 그 곁에 머물러 있게 된다.

재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들을수록 어려운 것이 또 재즈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재즈에 대한 관심을 쉽게 접어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출처 : 김학권과 재즈
글쓴이 : 변산바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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