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윙걸즈'를 보고
영화명 : 스윙걸즈
1. 영화에 대하여...
영화를 많이 보다보면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가 예상외로 재미있는 경우가 많고, 많이 기대했던 영화가 기대치에 비해 재미없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영화에 대해 바라는 것도 많아서일까 기대치가 큰 영화에서 후회와 실망이 컸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영화 '스윙걸즈'는 2004년도에 개봉되었음에도 기회가 없어서 보지 못하다가 어제 영화파일을 통해 보게 될 때까지 재즈를 소재로한 청소년 영화라는 것 정도의 이론적인 배경만 알고 있었다. 요즘은 이미 지나간 영화를 파일을 구입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여 새벽이 오히려 즐거워지고 있다. 새벽까지 수업하던 생활 습관을 어쨌든 유지하고있는 편이다.
영화 '스윙걸즈'를 통해 여고생들의 풋풋함과 무언가를 향한 새로운 열정 그리고 신나는 음악을 통해 나 자신도 막연하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스윙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되었다. 지난 20여년 가까이 재즈라는 음악 장르에 대해 듣기만 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각도로 재즈를 이해하고 즐기고자 하는 변화에 대한 욕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여고생들과 한 명의 소년이 연주하는 음악이 비록 농익은 연주는 아닐지라도 즐거운 재즈를 통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리고 스윙음악에 대해 몰입을 하기에 충분하였다.
2. 영화의 속으로...
지루한 여름방학, 보충 수업을 받고 있는 13명의 낙제 여고생들이 오늘도 지루한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낙제생들만이 방학 중에도 보충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공부는 늘 뒷전이고 놀고 즐길 생각뿐이다. 그러던 중 소속 학교의 야구부가 야구대회에 나가게 되고 이에 합주부는 응원차 경기장으로 향하게 된다.
합주부 소속의 나카무라 유타(피아노 - 히라오카 유타 분)는 합주부에서 심벌즈를 다루는 것이 자신의 음악성향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퇴부를 하고 싶어 하지만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늘 망설이고 만다. 오늘 유타는 합주부의 도시락 당번인데 유타의 실수로 합주부가 탄 버스는 도시락을 싣지 못하고 경기장으로 향하게 된다. 이에 낙제생 중 한 명인 토모코(테너 색소폰 - 우에노 쥬리 분)가 합주부에게 도시락을 전해주자는 제안을 구실로 보충수업 땡땡이를 감행한다.
그들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도시락 하나를 몰래 까먹으며 모처럼만의 야외 휴식을 만끽하지만 실수로 내려야 할 역을 내리지 못해 경기장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한 농촌마을에 내리게 된다. 점심시간에 맞추려고 그들은 논둑의 기차 길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뒤에서 오는 기차를 피하기 위해 논두렁으로 빠지게 되고 도시락도 역시 논두렁에 푸욱 담기게 된다. 하지만 적당히 돌을 걸러내고 경기장에 도착한 낙제 여고생들은 합주부에 도시락을 전달하게 되고 이를 먹은 합주부 전원이 식중독에 걸리는 대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유타만이 도시락을 전달받지 못해 식중독을 면하게 되고 이에 합주부 전원이 병원에 입원하자 유타는 퇴부를 잠시 미루고 야구부를 위해 합주부를 급조하려고 한다.
그러나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오는 여학생들은 음악을 하고 싶어하나 다루는 악기는 리코더 밖에 모르는 세키구치 카오리(트럼본 - 모토카리야 유이카)와 밴드가 해산되어 전자기타를 들고 온 두 명의 여학생 들 뿐이었다. 이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유타는 낙제 여고생들에게 도시락 사건의 전말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낙제 여고생들과 밴드부를 결성한다. 그러나 여고생들은 도시락 전달사고의 책임감이랄까 그런 의무감이 아닌 오직 음악연습이나 하면서 보충수업 땡땡이를 위해 합주부 대신 그 자리를 대신하기로 결심하며 재즈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다. 일단 인원이 모자라 기악을 할 수는 없어 빅 밴드 브라더와 같은 밴드를 결성하고 유타는 그들을 연습시키지만 그녀들은 오직 땡땡이만 칠 궁리를 한다.
이에 보충수업을 할애해 준 수학선생님인 타다히코 오자와(수학 교사 - 다케나카 나오토 분)는 유타에게 보충수업 땡땡이가 목적인 저 아이들에게 별 기대를 하지 말라고 충고의 말을 건넨다. 적당히 하고 이쯤에서 포기하려는 그녀들에게 오직 세키구치만이 열성이며 시키구치의 모습에 자극을 받아 다들 연습에 몰입한다. 그러자 안나오던 악기소리가 조금씩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늘 주목받지 못하고 별 볼일 없었던 그녀들에게 음악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고 이에 그녀들은 누가 뭐라하지 않더라도 연습에 자발적으로 열과 성을 다하였다. 얼추 음악이 완성되어가고 드디어 다음 날 야구부 경기가 있는 경기장에서 첫 선을 보이려던 그녀들에게 합주분 단원들이 기적같이 회복하게 되어 그녀들은 모처럼만의 연주기회를 날려버리게 된다.
이에 그녀들은 원래 자신들은 되는 게 없는 그런 삶이라면서 스스로 자포자기를 하게 되고 그렇게 여름방학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다. 생전 처음으로 자신도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음악이고 악기이기에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던 토모코는 여고생들을 모아 밴드부를 결성하려 하지만 악기의 가격이 너무 비싸 일단 그녀들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나 돈이 생기면 쉽게 써버리는 이들의 습관 때문에 쉽사리 돈을 모이지 못하고 그렇게 토모코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4명의 인원들은 유타와 함께 밴드부를 결성하기로 하고 일단 중고 악기부터 살 돈을 모으게 된다.
세키구치의 제안에 산 속에서 송이를 채취하는 일을 하다 우연히 멧돼지를 포획하게 되고 이 덕분으로 적지않은 돈을 거머 쥔 이들 4명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부푼 꿈에 중고악기를 구입하게 된다. 멧돼지 포획장면인 슬로운 화면에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day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아마 이 영화의 압권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중고악기는 악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낡아 빠졌지만 전자기타를 치는 두 학생의 도움으로 수리를 하게 되어 그나마 악기로서의 외관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는 연습을 하고 길거리 공연도 하지만 그들의 공연이란게 아직 연주를 할 정도는 못되는 실력이었다.
이에 길거리를 지나가던 한 남자가 재즈는 멤버 서로가 스윙을 해야 된다면서 충고를 하게 되고 4명의 소녀와 유타는 이상한 예감에 그 남자를 쫓아가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수학선생님이었다. 수학선생님은 재즈의 전문가처럼 각종 자료와 악보들이 가득했고 이에 그들은 선생님을 자신의 스승으로 모시고 재즈를 전수받게 된다. 스윙을 하라는 선생님의 충고에 길을 가다 스윙의 이치를 터득한 그들은 이제 드디어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연주를 하게 되었고, 한 가게 앞에서의 길거리 연주가 사람들의 호평을 받자 그 모습을 우연히 지켜 본 초기에 밴드부를 떠난 다른 10명의 소녀들도 자신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산 명품을 팔아치우고 악기를 들고 와 그들과 합세해 같이 연주하게 된다. 이제 그들은 풋내기 재즈부가 아니라 실력있는 재즈부였으며 그들에게 음악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준 하나의 촉매제였다.
이에 밴드부는 겨울 음악 발표회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밴드부 복장도 맞추는 등 모두들 발표회 참여에 설레이게 된다. 그러나 토모코의 실수로 음악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참여하게 되었고 마지막 순번으로 참여해 정통 클래식에만 심취한 사람들에게 재즈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면 모든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영화는 그렇게 끝나게 된다.
3. 영화를 보고나서...
사실 영화의 결말도 없으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도 없다. 이 영화를 무겁게 본다면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는 영화이겠지만 재즈를 모르던 사람이 재즈를 알아가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나도 모르게 재즈의 선율에 동화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비밀의 화원>, <워터보이>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보였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재치 넘치는 묘사와 개성있고 정감어린 캐릭터가 잘 살아있으며, 열정을 발견한 젊은 학생들의 성취욕이 건강하게 그려졌다. 특히나 흥겹고 멋진 공연 장면이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등장한다. 도후쿠(東北) 지방에서의 올 로케로 제작되었기에 여학생 전원이 야마가타(山形) 사투리로 대사를 해야 했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출연진들은 실제로 4개월 동안 밴드 특훈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직접 라이브로 연주를 할 만큼 이들의 연주 실력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영화 '스윙걸즈'의 가장 요절복통 장면을 꼽는다면 바로 멧돼지씬이 아닐 수 없다. 악기 구입을 위해 이 알바 저 알바를 전전하던 스윙걸즈들이 멤버중 하나가 송이버섯 알바가 짭짤하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전하면서 벌어진 이 에피소드는 명곡 'What a Wonderful World'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배꼽잡는 명장면으로 탄생되었다. 멧돼지는 쫓고 도망치는 소녀들 모습을 마치 한 컷의 사진처럼 표현하면서 기발하고 독특한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 장면들은 지난해 최고의 흥행작 <웰컴투동막골>의 멧돼지 장면과 꾸준히 비교되는 등 가장 웃긴 장면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스윙걸즈'의 명랑을 넘어서 발랄하고 간혹 발랄을 넘어서 엽기적이기까지 한 소녀들의 모든 행동들은 관객들에게 흐믓한 웃음을 넘어서 스트레스를 날리는 폭소를 선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스윙걸즈'의 웃음의 핵심 포인트는 한 장면 한 장면 엮인 엉뚱하고 기발한 에피소드의 조합이며, 에피소드는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화에서 삽입곡 형식이 아닌 연주곡들은 전부 배우들이 노력하여 직접 연주해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물론 많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고 또한 이 영화는 재즈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알아간다는 점 즉 성장이라는 테마이기에 마음이 푸근해지는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다. 정말 악기하나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창밖으로 아침이 밝아왔다. 아침이 되었다는 분명한 사실만큼 영화가 내 가슴안에 남긴 여운은 나도 스윙을 하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그것인 음악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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