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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재즈에 대하여 7. - 재즈, 즉흥연주

mistyblue 2012. 3. 29. 21:36

 

 

                                 재즈, 즉흥연주

                                                                           - 신 동현 -

 

“독일어는 울며 들어갔다가 웃으며 나오고, 영어는 웃으며 들어갔다가 울며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어는 접할 기회도 많고 여러 나라에서 어려서부터 배우기 때문에 얼핏 입문은 쉬운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운 언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잼(Jam)’이란 단어만 해도 불과 세 글자로 된 말이지만 뜻은 도대체 몇 가지나 될까? 우선 “엄마, 잼 발라 줘”하면 빵을 내밀 정도로 우리나라의 삼척동자들에게까지 보편화되어 있는 식품명이란 것이 떠오른다. 복숭아, 앵두, 살구, 딸기, 사과, 배 등의 과실을 삶아 즙을 내어 설탕을 넣고 바짝 조려서 만든 음식이니 어린이들의 입맛이 동하지 않을 리 없으리라.

   원래는 ‘사치스럽다’ 또는 ‘진수성찬’이란 뜻이었다고 하는데, 바짝 조린 음식의 뜻이 전용되면서 ‘비집고 들어가다’, ‘밀어 넣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작은 모자에 머리통을 ‘쑤셔 박았다’, 30인용 버스에 50명 승객을 ‘밀어 넣었다’, 경기장에 팬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찼다’, 신문 지면이 온통 선거용 기사로 ‘메워졌다’ 등의 표현에 잼을 많이 쓴다.

많은 차량으로 길이 막혀 차가 오도가도 못 하는 교통마비를 ‘트래픽 잼’이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긴 말이니, 빵에 잼을 발라 먹으면 목구멍으로 술술 잘 넘어 간다는 것과는 정반대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즉흥 연주 없는 재즈는 팥 없는 찐빵

   그런데 위에 나열한 뜻들이 음악과는 관계가 있을까? 물론 있다. 잼은 미국의 재즈 연주가들의 사이에서 ‘즉흥연주’라는 뜻으로 애용되는 용어이니 말이다. 잼과 재즈 발음은 철자만 봐도 벌써 무슨 관련이 있음직한데, 재즈 음악 연주에 있어서 잼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좁은 곳에 새치기하여 끼어들다’라는 기분이 들어 있다고 하기에 즐비하게 늘어서서 앞 차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자동차 사이를 날 세게 누비고 나가는 오토바이에나 비유할까? 하여간에 한 연주자가 원곡 작곡자나 청중에게는 거리낌 없이 어떤 주제를 자기스타일로 기분을 내면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각 플레이어가 교대로 멋을 부리는 그런 점이 재즈 연주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낙이라고까지 하니 말리지 못하리라. 하지만 애초에는 약간의 눈치가 보였던지 플레이어들끼리 비공개로 즉흥연주를 즐겼는데, 차츰 이것이 청중에게도 흥을 줄 수 있으리라 믿고 공개 연주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즉흥 연주가 없는 재즈 음악은 싱겁다는 말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서 재즈에 관해 좀더 알아보자. 아직까지도 이 말은 지방에 따라서 정의가 다르며, 쓰는 사람마다 제각기 의견이 있어서 각양각색이지만 미국의 ‘재즈 음악연구학회’의 회장이었던 마샬 스턴즈 교수의 정의가 가장 간단명료하다. 그 정의의 요지는 이렇다.  

   “재즈는 유럽에서 온 멜로디와 하모니, 거기에 유럽에서 전래된 악기가 아프리카에서 온 리듬과 혼합되어 미국에서 육성된 미국음악이다”

    교수의 말씀인지라 좀 추상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재즈 음악은 처음 미국 남부 미시시피 강 어귀에 있는 항구 도시 뉴 올리언스에서 흑인들의 괴로운 생활에서 생긴 것이므로 그 속에는 반항, 슬픔, 행복, 외로움, 분노의 다섯 가지 감정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즈는 유럽 음악의 엄격한 룰에 얽매임이 없이 ‘표현의 자유’를 특색으로 하고 있다.


   랙 타임, 그리고 쿼들리베트

    재즈의 옛 이름은 랙(Rag) 또는 랙 타임(Rag Time)이었다. 4분의 4의 리듬에서 약박자가 되어야 할 제2박과 제4박이 오히려 악센트가 붙는 것이 랙 타임의 특징이다. 여기서 또 어원을 따져 보자. 랙은 명사로선 넝마, 걸레 등의 뜻이 있고 동사로는 속어로 괴롭히다,

놀리다 등의 뜻이니 어느 쪽으로 보나 점잖은 용어는 아닌 듯싶다. 여기서 타임은 시간이란 뜻이 아니고, 음악 용어에 쓰이는 박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내 나름의 직역을 하지면 랙 타임은 ‘막 돼 먹은 박자’라는 뉘앙스가 담긴 음악이라고 생각되고 무엇이든 뒤죽박죽이 되기 시작하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재즈가 온 세계에 퍼지게 되었고, 이른바 클래식 장르에 속한다는 작곡가들도 재즈 어법을 그들의 작곡 스타일에 많이 도입한 까닭을 알 만하다.

   그런데 즉흥연주는 재즈의 독점물만은 아니었다. 이것과 비슷한 것이 16세기 17세기경에 벌써 유럽의 연주가들 사이에서도 성행했다고 하며, 라틴어로 쿼들리베트(Quodlibet)라고 불리었는데 뜻은 ‘당신 마음대로’라는 의미라고 한다. 당시의 유행가를 주제로 하여 연주자들이 제각기 마음대로 즉흥적인 변주를 보태어 오랜 시간 함께 즐겼다고 한다.

  불세출의 대 음악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태어난 바흐 가는 중부 독일 튀린겐 지방을 중심으로 16세기 이래 약 2세기 동안 무려 50인 이상의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으로 당시 그 곳에서 바흐라고 하면 음악가의 대명사로 통했다고 한다.그 바흐 가의 일족도 해마다 1회 정도는 집안끼리 어느 한 집에 모여서 쿼들리베트를 하면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즐겼다고 전해져 내려오니, 즉흥연주의 묘미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즉흥연주를 하는 그룹의 회합을 현대에 와서는 ‘잼 세션’이라고 한다.

 

(이선우선생님 홈피에서 퍼온글)

 

 


출처 : 김학권과 재즈
글쓴이 : 변산바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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