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한 번 간 길은 다시 가지 않는다.
스스로 찾고자 하는 이에게만 자신의 매력을, 마치 옷자락 살짝 들어올리듯 아쉽게 보여주는 음악 재즈...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중독성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그 역설의 미학을 만난다.
재즈는 이미 100년의 역사를 지닌 서양 문화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새로움을 안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듯 재즈는 언제나 가까운 듯 멀게만 느껴진다. 재즈는 첫눈에 빠져 정신 차릴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타오르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문득 깨닫게 되는 그것처럼 깊고 넓고 복합적이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재즈는, 그러나 1970년대가 지나도록 클래식이나 팝 음악처럼 대중을 위한 음악으로 재정립되지 못한 채 부유를 거듭했다. 지금도 서울, 대구, 인천, 부산 등지에 재즈를 듣는 이들이 더 많은 이유는 그곳이 미군 주둔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 중심의 문화 편중 현상도 한 몫 했겠지만, 적어도 재즈가 ‘우리의’ 음악이 아닌 ‘그들의’ 음악인 시절이 훨씬 더 길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1970년대 후반 들어 음악인들 사이에 새롭게 부각된 재즈의 중요성은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공연문화나 연주생활에 있어 나름의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중적으로 널리 회자될 수 있는 스타일의 재즈는 전체의 10~20%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재즈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가 10이라면 1년 뒤에는 3으로 줄고, 다시 1년 뒤에는 채 1도 못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까스로 그 곁에 머물러 있게 된다. 재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들을수록 어려운 것이 또 재즈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재즈에 대한 관심을 쉽게 접어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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