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먼북소리 - 감성과 낭만의 유럽여행에세이

mistyblue 2013. 4. 28. 20:20
출판사
문학사상사
출간일
2004.1.5
장르
시/에세이/여행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먼 북소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간(1986년 가을에서 1989년 가을까지)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문학은 물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삶의 기록이다. 하루키는 이 여행 중에 두 편의 장편, 《상실의 시대》...
이 책은..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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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하루키의 여행법』이란 책의 감상을 적으며, 『먼북소리』라는 책을 제일 먼저 잡아들었지만, 너무 골치아픈 생각속으로 나를 빠뜨린단 이유로 그냥 던져버렸다고 했었다.

아마 그가 복잡한 생각을 할 때면 머리속에서 붕붕 날라다니는 카를로스와 조지라는 두마리 벌 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하루키의 여행법』이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매력을 알게 해준 책이라면, 이

북소리』 라는 책은 내게 하루키를 진정한 작가로서 자리매김하게 해준 것 같다.

대학시절 1달동안, 남들 다 가는 유럽배낭여행이란 걸 별 생각없이 다녀왔을 때와는 달리, 이제 난 인생의 한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 이번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지금 상황 때문인지, 『  북소리』의 감동은 너무도 크다.

오죽하면 새벽까지 이 책을 읽고나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못해서 이런 글을 쓰고 있겠는가? 몇장 읽다가 골치아프다고 던져버렸던 것이 참 민망해진다.

 

하루키의 유명세는 이전부터 익히 알고있던 터이지만, 별로 읽고 싶은 책은 없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책은 환타지류의 소설이나 탐정물 등 killing time용이었으니까.

그러나 여행을 가야겠다. 그것도 비교적 긴 여행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시기는 이러저러한 일들로 인해 몇개월씩 계속 미뤄졌다. 막상 처음 생각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따져보니 대략 2년여가 넘은 것 같다. 그 실망감을 떨치기 위해, 오히려 생각없이 훌쩍 떠나는 것보다 준비할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좋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대리만족이랄지, 준비하는 의미로 하나 둘 여행에 관련된 가이드북, 여행기들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은 아마존에서 주문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 유명하다는 작가 하루키라는 사람이 쓴 여행기들이 몇개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많이 추천하는 책들이 주로 『먼북소리』,『하루키의 여행법』이었다.

『먼북소리』의 리뷰를 읽다보니, 소설을 써 볼 요량으로 3년간의 유럽 생활을 했고, 그 부산물이 『상실의 시대』와 『댄스댄스댄스』라고 했다.

 『상실의 시대』의 원제가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외국생활을 하면서 쓴 소설이라 이국적인 면이 많이 녹아있다고 하여, 결국 세가지 책을 모두 샀다.

 

『먼북소리』는 유럽 중에서도 특히 탈리아, 리스에서의 생활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얼른 생각하면 정말 낭만적이고 누구나 꿈꿔볼만한 그런 삶이 아닌가?

꽤 유명해진 작가로, 그 아름답다는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에서 글을 쓰고, 이웃주민들과 교감을 나누기도 하고, 평소 즐기는 조깅도 할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인의 정서로는 별일없이 무작정 달리기만하는 "조깅"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주 희한한 사람 취급을 받아야하며, 그가 지나가면 뚫어지게 대놓고 쳐다보는가 하면, 아예 불러세워다 일장 훈계를 하기도 한다. 칠십먹은 노파 두명이 조깅하는 무라카미를 불러세워, 그것도 영어를 할 수 없으니 옆에 있던 다른 그리스인남자에게 통역까지 시켜가며 물어볼만큼 그것은 용인안되는 행동인 것이다.

 

"왜 이 길을 달리는 게요?"

"달리기를 좋아해서요."

"그 말은, 무슨 볼 일이 있어 달리는 건 아니라는 뜻이군?"

"볼일은 없습니다."

"어디까지 달릴 생각이오?"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까지요."

"거기까지는 꽤 먼데."

"예, 그렇죠"

"쭉 달려가는 거요?"

"예, 달리기를 좋아하니까요."

" 해변까지 려야하죠?"

" 리기를 아한다니까요"

 

끝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들. 이럴 때마다 하루키는 도대체 왜 이 낯선 곳까지 와서, 그들에게 이런 설명을 해야하는건지 하는 생각에 한심해지곤 한다.

아주 배를 잡고 웃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에피소드들을 접하면서 한번씩 쿡쿡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시아에 속해있고, 사는 수준도 밥먹고 사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정도는 아닌 점도 비슷하기 때문인지, 하루키가 그곳에 가서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 그로인해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매우 공감이 가는 것들이었다.

 

굳이 남들이 모두 말리는 이탈리아산 차를 사놓고는, 외딴 오스트리아의 숲속에서 차가 멈춰버렸을 때 아내와 실갱이하는 장면은 정말 재밌었다. 나 역시 뭔가 문제가 생기면, 당장 속에 있는 말들을 블루보이에게 쏟아붓는다. 그러면 문제 자체야 해결될 리 없지만, 속은 시원하다.

나야 속 시원하지만, 듣는 사람은 얼마나 맘상하겠는가?

더구나 막상 그럴때마다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려 총대 메야 하는 사람은 남자쪽 아닌가?

이런 것들이 그 에피소드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어떻게 된거야?"하고 아내가 묻는다.

"나도 몰라. 엔진이 점화가 안 돼."

"자기 그렇게 됐어?"

"글쎄, 나도 모르겠어. 이런 일은 생길 수 없는데 말이야. 여태까지 아주 잘 나갔고 이상한 데라곤 하나도 없었쟎아. 그냥 기어를 2단에서 3단으로 올렸더니 갑자기 이렇게 됐지 뭐야. 정말 믿을 수 없는 상황이네. 더구나 새 차쟎아."

"그러니까 이탈리아의 차는 사지 않는 게 좋다고 했쟎아.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일본 차나 독일 차를 샀어야 됐는데, 그럼 이렇게 황당한 일은 없었을 것 아냐.

이제 알겠지? 일요일 아침에 오스트리아의 산길에서 갑자기 엔진이 멈춰버리는 그런 차라는 걸 말이야."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아내는 상당히 화가 나 있다. 게다가 비까지 추척추척 내리기 시작한다. 아이구, 내가 왜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하나, 하고 푸념이라도 하고 싶다. 이쯤 되면 이론이건 정론이건 필요없다. 이렇게 심각한 일이 내게 닥쳤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내는 그저 씩씩거리고만 있어도 되지만 남편은 해결책을 궁리해야만 한다. 그것이 세상사라고나 할까, 숙명인 것이다. 말해봐야 소용없지만 참으로 불공평한 숙명이다.

 

굳이 이 여행기에 이런 에피소드가 들어갔다는 건, 아마 여행내내 문제가 생길때마다 불평을 쏟아냈을 아내에 대한 작은 복수가 아니었을까? ^^ 하지만 하루키가 이런 일화를 썼다고 해도, 그의 아내는 이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부분을 보며, 블루보이에게 반성 많이 해야만 했으니까 ^^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도 않는데, 그저 속에 담아놓는 걸 참지못해 한마디 뱉는 말들이 얼마나 사람 사이에 상처를 주는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감성이 이성보다 매우 앞서는 사람이라, 그럴때마다 나 자신을 컨트롤하지못해 주책맞게 그런 말들이 먼저 입에서 쏟아진다. 그래놓고는 바로 후회하고 말지만~

 

언제나 그렇다. 남들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면 나는 이런 입바른 말을 한다.

"그런 말 한다고 문제가 해결돼? 문제 해결도 안돼지, 듣는 사람 기분 나쁘지. 상황에 전혀 도움안되는 그런 말은 왜 하는건데?"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 닥치면, 나는 하고싶은 말은 참지못한다.

여행가서는 내 이성이 감성보다 앞서길 바란다.

안 그러면, 아무리 마냥 좋기만한 블루보이라 할지라도, 여행기에서 이런식으로 복수할지 모른다.

 

막상, 이 책을 읽고 정리하려니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길 했지만,『먼북소리』는 낯선곳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만큼 사실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과연 만만하지만은 않고, 생각만큼 즐겁기만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처럼 한번 살아보고 싶어질 것이다. 적어도 대리만족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키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숨겨져있어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유럽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그곳에서 그런 일들을 체험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병아리 목을 조르는 비명소리를 질러대는 이탈리아차의 브레이크 소리"라니, 그가 아니면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암튼 참 재밌는 사람 같다.

 

최근 별로 좋아하는 연예인도, 존경하는 인물도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하루키의 팬이 되어버렸다.

하루키가 하도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니,

운 좋다면 이번 여행에서 시코의 어느 까페에서 루키를 만날 수 있지않을까?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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